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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렉] 비가 내리는 동네

비가 내리는 동네에서 알렉산더는 한 소년을 만났다.

 작은 배가 넘실넘실 흔들렸다.
 짙푸른 바다를 힘겹게 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배엔 여러 사람과 짐들이 쌓여 있었다. 거칠다면 거친 파도에 따라 흔들리긴 해도 어지럽거나 속이 울렁거리지 않아 난간에 매달린 알렉산더는 저 멀리 배가 지나온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젠 보이지도 않는 항구를 가만히 응시하는 알렉산더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
“도련님, 괜찮나요?”
“………네, 전 괜찮아요.”

 얌전히 난간에 기대고 서 있는 알렉산더가 걱정된 건지, 아니면 위험한 도련님의 행동을 막고 싶었는지 조심스레 들려오는 물음에 알렉산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용인은 괜찮다는 알렉산더의 고갯짓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답지 않게 차분해서일까? 아니면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감정이 얼핏 보였기 때문일까?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옆에서 서성이는 이 덕에 알렉산더는 바닷바람 덕에 바짝 마른 제 입술을 혀로 축였다. 난간을 쥐고 있는 손에서 비실비실 땀이 배어 나오며 미끈거리고 축축한 기분이 들었다.

“….”

 그게 어찌나 불쾌하던지 난간을 잡고 있던 손을 폈다 쥐기를 반복하다 뒤로 물러났다. 하필이면 그때 배가 크게 흔들려서 중심을 잃을 뻔한 알렉산더는 제 등을 감싸며 넘어지지 않게 도와주는 사용인에 깜짝 놀랐다. 「집」에서부터 함께 온 사용인이지만 알렉산더와는 그다지 접점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 달에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하는 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러운 기색을 표현하는 사용인이 어찌나 어색한지 알렉산더는 어깨를 움츠리며 작게 고맙다고 속삭이곤 서둘러 자세를 바르게 했다.

“여긴 위험하니 안으로 들어가시는게 좋을 듯하군요, 도련님.”
“…네, 그럴게요.”

 사용인의 말에 긍정을 표하며 알렉산더는 파도에 따라서 작게 흔들리는 배 위를 조심히 걸어갔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뒤를 돌아보자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는지 사용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깜짝 놀라지 않고 알렉산더에게 작게 웃어 보였는데 알렉산더는 눈을 데구르르르 굴리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갑판에서 바닷냄새를 맡으며 흘러가는 대로 넘실거리는 파도를 구경하고 싶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과 드문드문 보이는 갈매기의 울음소리, 파도에 따라 흔들리는 배의 움직임까지 전부 느끼려고 하는 마음을 모르는 사용인 때문에 좁고 답답한 선실에 들어가게 된 알렉산더는 집에서 가져온 곰 인형을 끌어안고 의자에 몸을 구겨 넣었다. 물론 알렉산더가 밖에 있고 싶다고 의견을 표현했다면 사용인은 그러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어린 아기처럼 투정 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알렉산더는 창문 너머를 보며 지금쯤 집으로 돌아갔을 가족들을 떠올렸다. 엄하지만 자상한 어머니, 친구처럼 다가오면서도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아버지, 태어날 때부터 함께인 형제나 다름없는 제이스, 그리고-

“-이사벨.”

 아픈 탓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생의 이름을 속삭이는데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파져 왔다. 심장이 아릿하게 아파져 오면서 뱃속이 시리도록 차가워지는 이 기분은 절대로 이사벨에게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이어서 알렉산더는 입술을 꾹 깨물며 지금보다 한참 어렸을 때 어머니가 사주신 곰 인형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주 어렸을 때 혼자 자던 알렉산더가 악몽으로 인해 잠을 설친 밤에 어머니를 찾아갔던 다음 날. 어머니는 알렉산더에게 곰 인형을 하나 안겨주며 더는 무서운 꿈을 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었다. 그 말은 아들이 잠을 설치지 말고 좋은 꿈을 꾸라는 의도가 담겨있었건만 어린 알렉산더에겐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말과도 같아서, 알렉산더는 무서운 꿈을 꿔도 부모님의 방에 찾아가지 않고 혼자 방에서 공포와 맞서 싸워야만 했었다. 어두운 방, 크게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창문과 달빛이 만들어낸 으스스한 그림자들이 언제 알렉산더에게 달려드는지 몰라서, 침대 밑에 숨어있는 괴물이 나타나 알렉산더의 발목을 잡아채 끌고 갈 것 같아서, 저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몸을 떨며 억지로 눈을 뜨던 그 어린 날의 밤.
 지금은 해가 하늘 높이 떠 있는 낮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때와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엄마… 알렉산더는 튀어나오려는 단어를 입속으로 삼키며 몸을 웅크렸다.

“어?”

 가만히 몸을 웅크리고 있던 알렉산더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깜짝 놀라면서 의자 위에 있던 다리를 슬며시 바닥으로 내려놨다. 오랜 시간을 굽히고 있어서인지 바닥에 발이 닿는 순간 찌릿한 전기가 올라왔는데 그걸 꾹 눌러 참으며 알렉산더는 몰래 밖으로 나갔다.
 저를 따라온 사용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에 왜 밖으로 나왔냐는 질문에 그를 찾으러 왔다는 핑계를 대야겠다고 생각한 알렉산더가 찌릿한 다리 덕에 휘청휘청 걸으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리저리 꼬리는 다리 때문에 천천히 걷던 알렉산더는 한 곳에 뭉쳐서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들을 보며 슬그머니 그들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

 그들이 바라보는 곳엔 안개 덕에 흐릿하게 보이는 작은 섬이 있었다. 무척이나 흐릿해서 눈을 한껏 찌푸려야 볼 수 있었는데 알렉산더는 섬 한가운데에서 노란빛이 반짝이자 그곳을 중점으로 보려는데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어?!”
“음? 아~ 그래! 섬에 거의 다 왔다, 꼬마야!! 너도 기대되지?”

 귓가에 바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알렉산더가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옆에 있던 어른이 알렉산더를 알아차리곤 그의 등을 두드리며 저기 보이는 작은 섬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그 말에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한 알렉산더는 더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제가 지낼 섬을 눈에 담았다.

“역시 비가 내리는구만!”
“이래야 섬에 다 와 간다고 할 수 있지! 어이!! 얼른 짐 위에 방수천이라도 덮어놔!”
“도련님! 언제 밖으로…, 우비를 입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들어보니 저 섬 주변에선 비가 자주 내린다고 하네요.”
“아… 응.”

 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한 방울씩 떨어지던 물방울들은 점점 그 굵기를 더해서 이윽고 장대비가 떨어졌다. 그에 따라 배도 거칠게 흔들렸는데 알렉산더는 들어가자는 사용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저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아까 봤던 그 노란빛이 잊히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섬이었


 일 년 열두 달 중에 8개월 동안 비가 내린다던 이 섬은 항구에서 물품을 가지고 들어오는 작은 배를 타야만 올 수 있었다. 드넓은 바다를 건너고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야 나타나는, 산 사이에 숨겨진 조그마한 동네. 그곳이 바로 알렉산더가 당분간 지낼 곳이었다.
 알렉산더가 배에서 내릴 땐 때마침 비가 그쳤다. 우산을 따로 챙기지 않았고 우비는 습기로 인해 답답했기에 입고 있던 우비를 벗어낸 알렉산더가 몰래 안도하는데 짐을 내려준 사용인이 알렉산더에게 백 팩을 넘기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련님.”
“….”
“잠깐이라도 평안한 휴식이 되길-”

 알렉산더에게 인사를 한 사용인은 마지막까지 몸조심하라는 말을 반복하며 그들이 내렸던 배에 다시 올라탔다. 멀리멀리 알렉산더를 두고 그들이 출발한 항구로 향해서 떠나는 사용인이 어찌나 부러운지 알렉산더는 잠깐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이미 알렉산더의 짐이 다 실린 트럭 앞에 서 있던 사내들은 알렉산더가 다가오자 그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으며 차에 탈 수 있도록 도와줬다. 탄다고 해도 짐들 사이에 앉아서 가는 것이지만 굽이진 산길을 걸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알렉산더는 작게 고맙습니다- 속삭이며 모르는 이들 사이에 몸을 구겼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자주 다니는 사람들인지 알렉산더를 보면서 마을에 어린아이가 늘었다고 즐거워하였는데 알렉산더는 자신에게 닿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워 고개만 푹 숙였다. 숙인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귀 끝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그들은 큰 소리로 와하하-! 웃으면서 부끄러워하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정돈되지 않는 산길인 탓에 차가 덜컹거리면서 길을 나아갔다. 한 번 덜컹덜컹할 때마다 엉덩이가 아프던 알렉산더는 도착했단 말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먼저 내린 이가 손을 내밀며 알렉산더가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자 고개를 꾸벅이며 트럭에서 내렸다. 짐을 넘겨받은 알렉산더가 주변을 살폈다. 분명 마중 나온다고 했는데…, 그리 생각하며 둘러보던 알렉산더는 마을 입구에 서서 자신을 보고 환하게 웃는 큰아버지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었다.

“알렉산더! 어서 오거라!! 오느라 힘들지는 않았니?”
“네, 네….”
“짐은 나에게 주렴. 아, 알렉산더를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손에 들려있는 짐과 백 팩을 얼른 빼앗아 들고 다른 손으로 알렉산더의 손을 단단히 붙잡은 큰아버지는 알렉산더를 데려다준 이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 옆에 있는 작은 경찰서와 그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병원과 약국, 세 블록 너머 왼쪽으로 돌면 보이는 작은 슈퍼와 알록달록 어여쁜 집들은 작은 마당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마당에 심어진 어여쁜 꽃들이 살랑거리며 알렉산더에게 인사했고 처음 보는 알렉산더가 신기한지 겅중겅중 제자리 뛰기를 하며 컹컹 짖는 개도 있었다. 그 모든 걸 눈에 담으며 개에게 손을 흔드는 알렉산더가 어여쁜지 웃으며 바라본 큰아버지는 어린 알렉산더의 발걸음에 맞춰서 걸으며 작은 마을을 알렉산더에게 소개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니?”
“! 네….”
“그럼 다음에 저 집에 놀러 가자꾸나. 집 안에도 강아지를 키우는데 순해서 아이들을 좋아하거든!”

 천천히 알렉산더가 마을에 익숙해지도록 말을 거는 다정한 목소리에 슬쩍 그를 바라본 알렉산더는 흐뭇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조용히 눈을 피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눈을 마주쳤음에도 피하는 건 예의 없는 행동이라 배웠기에 알렉산더가 다른 손으로 바지를 움켜쥐는데 큰아버진 그저 미소를 지으며 손을 꼭 쥐는 것으로 괜찮다 표현했다. 그 다정한 손길에 눈물이 핑 돌아 알렉산더는 몰래 코를 훌쩍이며 정돈된 흙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그리고, 맞아! 저긴 공원이야, 알렉. 이 마을엔 네 또래 아이들이 별로 없어서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공원 좋아하니?”
“……네, 좋아해요.”
“다행이구나! 마침 공원은 우리 집과도 가까우니 오가기 편할 거란다.”

 마을 곳곳을 안내하면서 쉬지 않고 이야기하던 큰아버지는 공원을 좋아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래!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아야지! 기쁜 목소리로 혼잣말하는 그에 제 부모님과 다름을 느낀 알렉산더는 과연 함께 캐치볼을 할 친구가 있을지 상상했다. 집에서 살 땐 제이스와 함께 캐치볼을 했던 알렉산더는 자동으로 그와 비슷한 아이를 상상했는데 만약 그런 아이가 있다고 한들 새로운 아이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현실에 알렉산더는 상상을 멈추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자! 여기가 바로 우리 집이란다, 알렉!”
“…실례하겠습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건 언제나 두려움이 가득한 일이었기에 알렉산더는 작게 속삭이며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거실이 보였는데 거기엔 큰어머니로 보이는 한 여성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책을 읽고 있던 그녀는 문이 열리며 들어온 알렉산더를 보자 벌떡 일어났다. 격한 반가움이 알렉산더에게 다가와 당황함에 뒤로 물러나려는데 큰아버지가 그런 알렉산더의 반응을 모르는 척 어깨를 감싸 안으며 제 아내 앞으로 걸어갔다.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리면서 눈치를 보는 알렉산더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며 어서 오라고 안아준 큰어머니의 품은 어릴 적 무서운 꿈을 꿨던 밤에 안아주던 어머니의 품과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알렉산더는 다시 코를 훌쩍였다.

 방을 안내받고 같이 늦은 점심을 먹은 알렉산더는 계속해서 미소를 보이며 기뻐하는 친척의 눈치를 보다가 마을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하며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가슴이 간질간질하도록 다정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는 알렉산더에겐 익숙지 않은 분위기라서 예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밖으로 나간 알렉산더는 제 뒤에서 어두워지기 전에 오라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집과 멀리 떨어지자 어색함에 몸을 바르르 떤 알렉산더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이 꼈지만 구름 사이로 빛나는 햇살이 알렉산더의 얼굴을 비춰서 눈가를 찌푸렸다. 갑자기 강한 빛을 보게 되자 눈이 아파져 온 알렉산더가 두 눈을 비빈 후 빠른 걸음으로 마을을 돌아다녔다.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마을 구조를 확실히 익히려고 노력한 알렉산더가 공원을 지나는 건 집을 뛰쳐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 어?”

 마을에 있는 도서관을 지날 때부터 한 방울, 두 방울 하늘에서 떨어지던 작은 물방울은 공원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굵게 변해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조금이지만 맑았던 아까가 거짓말이라는 듯 순식간에 어두워진 주변과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세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알렉산더가 급하게 팔로 머리를 감쌌다. 그러나 따가울 정도로 강한 빗줄기는 머리를 가리고 있는 알렉산더의 팔을 아프게 하는 거로도 모자라 옷을 흠뻑 젖게 만들어서 알렉산더가 앞으로 나아갈 힘마저 빼앗았다. 급격히 내려가는 체온과 물을 흡수한 탓에 무거워진 옷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휘청거리면서 공원 앞을 지나는 알렉산더가 넘어질 뻔했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ㅇ! 이, -렴!”
“?!”

 장대비 소리를 제외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 갇혀있던 알렉산더는 귀를 파고드는 작은 외침에 주변을 둘러봤다. 허나 그 소리는 착각이라는 듯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알렉산더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려는데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애!! 이리로 와!!!”
“헉!”

 이번에는 확실하게 들려온 커다란 목소리에 알렉산더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휘휘 젓는데 공터 한구석에 있는 기다랗고 어두운 토관 속에서 허연 손이 불쑥 나타났다. 어둠 사이에 둥둥 떠 있는 하얀 손은 알렉산더에게 두려움을 선물했지만 위험하지 않다는 듯 살랑살랑 흔들렸다. 얼른 오라는 그 손은 분명 제 또래 아이의 손이었다.

“….”

 옛날 뉴스에서 동년배를 이용하여 아이들을 납치한단 이야기를 봤던 알렉산더는 여전히 의심을 멈추지 못했다. 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동네에 음침한 분위기의 공원, 그것도 아무렇게나 쌓아있는 토관 속에서 튀어나온 손이라니! 필시 위험한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하며 무시하려 했으나 강한 빗줄기에 얻어맞은 몸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한기에 입술이 달달 떨려와 친척 집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던 알렉산더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림잡아도 10분 정도가 걸렸는데 비가 와서 잘 보이지 않는 어색한 길과 무거운 몸을 끌고 갈 땐 더 걸릴 것만 같았다. 심지어 눈이 감겨와 알렉산더는 무거운 발을 질질 끌면서 토관으로 걸어갔다.

“얼른 들어와!”
“……”

 커다란 토관 속엔 알렉산더의 예상대로 또래의 남자아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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