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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렉] 꿈속의 그대 2

잘생긴 너는 누구?

※au말렉







“기억해… 기억하라고!”

  침대에서 일어나자 온 집을 휩쓸고 다녔다. 발을 쉼 없이 놀리며 혼자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매그너스를 보며 그의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은 시선 한 번 던져주곤 그루밍 했다. 빠르게 몸을 핥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햇볕이 따사롭게 비추는 테라스로 나가는 뒷모습이 도도했다. 냉정하기로 따지자면 입 아픈 고양이들의 행동에 가슴이 찢어졌지만, 매그너스는 굳세게 견뎌냈다. 지금은 고양이보단 이젠 희미해지려고 하는 꿈속 사내의 얼굴을 떠올리는 데 주력했다. 눈과 머리카락 색이 어땠는지,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아무리 생각을 곱씹어 봐도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자세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아름답고 잘생겼단 인상만 생각나서 매그너스는 제 머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기도 했다. 그동안 어떤 꿈을 꿔도 잊어버리지 않았는데 정신 집중해도 생김새가 생각나지 않아 매그너스는 좀 더 자세히 얼굴을 살펴보지 않은 자신을 원망했다.

“오늘도 꿈에 나왔으면….”

  소파를 바로 앞에 두고 바닥에 앉은 매그너스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답답한 자신의 맘과는 다르게 높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기만 했다. 야옹야옹 귀엽게 울면서 다가와 손바닥에 머리를 들이미는 체어맨을 귀여워해 준 그는 예약 시간이 다가오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씻고 옷을 고르며 매그너스는 오늘 하루가 평탄하길 빌었다.

  의심하면서 조심히 고민을 털어놓는 손님과 카드를 설명해줄 때마다 신기해하는 손님 등등 웃으면서 인사하고 웃으면서 다음에 또 와달라고 말한 후 쉬려고 했다. 고양이를 위한 특별식도 만들어야 했고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던 매그너스가 주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갑자기 문이 열렸다.

“죄송한데 지금은 시간이…”
“어제 여기 타로 본 사람인데.”

  짜증이 가득 담긴 얼굴로 들어온 손님은 어제 난리를 폈던 이였다. 점괘가 좋지 않은 건 매그너스의 탓이 아닌데 왜 그렇게 나오냐고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고 소리 지르던 이가 또다시 집에 들어오자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심지어 그는 예약도 안 했는데 멋대로 찾아왔다! 매그너스는 최대한 놀란 감정을 숨기며 차분한 표정으로 손님에게 말했다.

“손님? 이렇게 함부로 들어오시면-”
“뭐. 손님 오면 좋은 거 아니야?”
“아니, 예약을”
“됐고. 카드 좀 꺼내 봐.”

  멋대로 자리에 앉아서 카드를 꺼내라고 턱짓하는 무례에도 매그너스는 당장 꺼지라고 소리 지르지 않았다. 마력만 있었으면 기억을 지운 후 내쫓을 수 있지만, 그는 먼데인이나 다름없었기에 조용히 핸드폰을 들었다. 깔보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에게 싱긋 웃어주며 매그너스가 경찰에 신고했고 5분도 안 돼서 나타난 경찰관들은 사정을 묻곤 욕설을 내뱉는 이를 끌고 갔다. 사기꾼 새끼! 망해버려라!! 경찰 앞에서 욕하는 이에게 손을 흔들며 문을 잠근 매그너스는 이를 갈았다. 평탄하긴 무슨-! 고양이들이 듣는 앞에서 욕을 할 수 없어 쿠션에 얼굴을 묻고 분노를 참았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어서 그는 허공에 소리 지르며 소파에 길게 누웠다.
  냐- 사랑스럽게 울면서 소파로 펄쩍 뛰어 올라온 체어맨과 쳐지를 끌어안으며 매그너스는 밥 생각이 날아갔다. 이 상황에서 뭐든 먹으면 체할 거야. 징크스라면 징크스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 투덜대자 쳐지가 그의 가슴을 꾹 눌렀다.

“아가. 우리 쳐지. 무슨 일이… 억!”
캬웅!

  화를 내며 날리는 고양이 펀치에 얼굴을 맞은 매그너스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쳐지는 계속해서 그의 얼굴을 때렸다. 왜, 왜 그래?! 안 그래도 속상한데 맞기까지 해서 더 속상한 매그너스가 울먹이자 체어맨이 꼬리를 흔들며 혀를 내밀었다. 코를 날름 핥으며 밑으로 내려간 고양이가 다시 소파에 올라왔을 땐 입에 그릇 하나를 물고 있었다.

“…그래. 내가 잘못했네.”

  그제야 위대한 고양이님들을 위한 특별식을 만들기 위해 일어난 매그너스의 뒤로 두 마리의 고양이가 따라갔다. 그가 한 눈이라도 팔면 또다시 때린다고 경고하듯 잠시라도 멈추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려서 그는 눈물을 머금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점심때 일로 인하여 급격히 기분이 다운됐지만, 손님들 앞에선 드러낼 수 없기에 웃으며 맞이한 매그너스는 저녁까지 일했다. 전엔 순식간에 끝나서 남은 예약 시간 동안 쉬거나 취미 활동을 했었는데 오늘은 무슨 날인지 손님들 모두 예약 시간을 꽉꽉 채우고 돌아갔다. 나쁘진 않았다. 시간이 부족한 이는 다음 약속을 잡아달라고 했으니 잘하면 단골이 생길 기회였다.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행동하며 바쁜 하루를 끝낸 매그너스는 침대로 쓰러졌다. 먼저 침대를 차지하고 있던 고양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그의 뺨을 꼬리로 후려쳤다. 외로움과 속상함에 그들을 불렀지만, 화가 난 두 고양이는 빠르게 거실로 나가서 그는 베개를 끌어안았다.

“오늘도 나올까? 같은 꿈을 연속으로 꾸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잠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어서 매그너스는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았다. 부디 꿈에 그 사내가 나오길 빌며.

“……꿈이다!”

  잠이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번쩍 뜬 매그너스가 몸을 일으키며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가 웅웅 울려 퍼졌지만 부끄럽긴커녕 신나기만 했다. 빠르게 고개를 흔들며 주변을 살핀 매그너스는 어제와 같은 공간임을 확인하자 벌떡 일어섰다. 바닥에 있을 화살표를 찾자마자 빛과 함께 생겨나는 것들을 따라갔다. 같은 꿈이니깐 그 사람도 있겠지? 서둘러 화살표를 따라가는 매그너스의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고양이들과 함께 살다 보니 소리 죽이고 걷던 그는 꿈이야- 라는 이유로 터벅터벅 소리를 더욱 크게 냈다.
  검은 옷을 입은 매그너스와 상반되는 흰 벽은 그가 지나갈 때마다 검은색에 먹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건 뒤를 돌아봐야 알 수 있는 사실이었고 매그너스는 앞에 있을 무언가가 궁금했기에 돌아보지 않았다.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며 화살표를 확인하는 걸 잊지 않던 그의 눈에 하나의 색이 보였다.

“파란색!”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파란색이 성스럽기까지 하여 그는 조심스레 그곳으로 다가갔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빛이 나는 외모는 저 사람을 보고 한 말이 분명해! 감탄을 넘어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아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매그너스는 오늘은 제발 한마디라도 하기로 다짐했다. 어차피 꿈속의 사내다. 무슨 짓을 해도 꿈에서만 만날 테니 괜찮을 거라며 자기 최면을 한 그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갈 때 사내가 몸을 반쯤 돌렸다. 오 맙소사! 여전히 반나체로 있는 사내의 가슴은 전보다 더욱 커진 것 같았다. 절로 현기증이 났다.

‘이 꿈을 주관하시는 분이 신이시라면 매일 교회에 찾아갈게요! 감사합니다!’

  속으로 환호성을 내지르며 매그너스는 허겁지겁 가슴을 훔쳐봤다. 저 위에 셔츠를 입었다면 단추들이 파업을 선언하며 탈출할 정도로 커다란 가슴을 만지고 싶었다. 손으로 누르면 들어갈까? 아니면 딱딱해? 몸을 지배하는 호기심을 꾹꾹 밑으로 누르며 그는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사내에게 인사했다.

“안! 크흡. 안녕하세요?!”

  처음 막혔다 싶더니 끝에선 갈라지는 목소리에 매그너스는 양손으로 제 목을 움켜쥐곤 울상을 지었다. 나는, 왜, 이러는가! 어제는 입도 못 열더니 오늘은 괴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부디 사내가 어제의 자신은 물론이고 지금 이 모습도 모른 척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기억한다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불쑥 손이 나타났다. 커다랗고 마디가 굵은 손가락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매그너스의 시선을 빼앗았다. 손마저도 아름다워서 한참을 보다가 악수를 신청했단 걸 알아차린 그는 기겁하며 펄쩍 뛰었다.
  눈을 크게 뜨며 손과 사내의 얼굴을 번갈아 보자 그는 매그너스에게 이를 드러내며 아름답게 웃었다. 이 사람은 천사가 확실해! 아버지에게 들은 천사에 대한 욕은 저 멀리 날려버리고 매그너스는 옷에 손을 닦은 후 슬며시 사내의 손을 잡았다. 뜨거운 체온에 목이 말랐다. 몰래 혀로 입술을 축이고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자 사내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
“만나서 반가워요…?”
“네, 네에!”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를 외치며 일어난 매그너스는 사내가 보이지 않자 주변을 둘러봤다. 어딜 봐도 평범한 자신의 방이라서 그는 손에 얼굴을 묻었다.

“아니, 왜! 또!”

  이제 막 인사를 나눴는데 헤어지게 된 매그너스가 발버둥 쳤다. 오늘 운이 좋아서 같은 꿈을 꿨는데 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어서 그는 최대한 사내의 목소리와 얼굴을 떠올리며 눈물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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